【원철스님의 염색이야기】적색은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는 소식·심장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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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 복합 염색.
한여름의 중앙 하지(夏至)는 24절기 중 열 번째 절기다. 하지는 24절기 중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오월(午月)의 중기로 음력으로는 5월에 있다. 절기상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는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낮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이 시기에는 저녁 8시까지도 날이 훤하고 새벽 일찍 해가 뜬다. 때문에 밤에 늦도록 지내다 잠이 부족해지기 쉽다.
동지(冬至)에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날 가장 짧아지는 반면, 낮 시간은 일 년 중 가장 길어져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된다. 하지와 동지는 낮 시간 길이가 5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이 5시간 차이가 기온과 바람 방향, 구름 양 등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한다.
강계령 작.
하지가 지나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인 삼복(三伏)이 다가온다.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나는데, 이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다. 농촌에서는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데, 우리나라는 예부터 3~4년에 한 번씩 한재(旱災)를 당하였으므로 조정과 민간을 막론하고 기우제가 성행했다. 예전에 아래 지역에서는 하지가 되면 감자를 모두 수확했다. 하지가 지나면 곧 장마가 오고, 장마가 오면 감자가 다 썩으니 오래 심어둘 수 없었다. 강원도에서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캐어 밥에다 넣어 먹어야 감자가 잘 열린다고 하며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이 있다. 또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고도 한다.
오월(午月) 하지(夏至)는 여름이면서 음양이 화합하는 자리 중하(仲夏)라고도 하며 여름 가운데로 들어왔다. 오화(午火)는 양에 해당하며 방향은 정남향이다. 고서(古書)에 보면 오화(午火) 는 로대(爐擡)라고 하는데 봉화대(烽火臺)를 말한다. 봉화대는 불을 지펴 신호를 보내는 오래된 통신 신호였다. 적색이 상징하는 의미가 통신과 연결되고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고 소식과 연결되고 남쪽을 상징하고 심장을 상징하고 있다.
손옥희 작.
《황제내경(黃帝內經)》에 오장육부(五臟六腑)가 아니라 육장육부(六臟六腑)가 나온다. 여기서 육장은 장기인 심장을 싸고 있는 무형의 막으로서 심포를 말한다. 우리말에 심뽀를 잘 써라 하는 말은 바로 여기서 파생됐다. 마음을 잘 쓰라는 말이다. 뇌, 백회, 단전, 기맥, 혈로서 정신적인 것과 연결된 것으로 마음을 잘 써야 된다는 말이니 놀부의 심술뽀를 쓰면 안되는 것이다. 천연염색을 하는 사람은 욕심을 내서 색을 만들면 안된다. 붉은 적색이 한 번에 올라 오는 색보다는 몇 번의 반복 염색으로 아름다운 붉은색을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하는 염색법우로 소목을 달여서 명반매염을 하면 적색이 올라 온다. 색은 붉은 적색이지만 뭔가 심심한 색이다. 그래서 가장 귀한 적색은 홍화를 이용한다. 왕의 곤룡포를 염색하기 위해 홍화염색을 9번 했다고 한다. 여기서 9번의 숫자 9는 만수로서 그만큼 정성을 들였다는 뜻일 것이다.
이영자 작.
붉은 적색은 천연염색 시 견뢰도는 크게 높지 않기에 면섬유에서는 흡착력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홍화로 염색 시 염료를 충분히 준비하고 염색횟수도 많이 하게 되면 원하는 적색을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염색하기에는 홍화염재가 비싼 염료이다 보니 면에 적색으로 물들이기보다는 분홍색 정도로 물을 들이기도 한다. 동물성 섬유인 실크에 염색을 하면 붉은 적색은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될 수 있다. 천연염색으로서 적색은 맑고 깨끗하게 붉은 적색으로 염색을 하여야 그 빛깔이 광채가 난다. 천연염색으로 모든색을 염색하는과정은 쉽지는 않지만 유난히도 적색은 천연염색을 하는 방법에 있어 염재의 선택과 원단의 선택 염색방법 등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적색을 만드는 방법도 전통방식 그대로 고문헌에 나오는 방법을 따라 하게되면 전통색명과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색명과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으로 혼란스러워 지기도 한다. 천연염색의 색보다는 화학적 염색에 익숙해진 우리의 기억은 전통의 색을 이거다 라고 지칭 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문헌에서의 염색법과 색을 지칭하는 단어 속에서 단서를 찿아낸다.
홍화염색 정은숙 작.
규합총서(閨閤叢書) 염색제법 染色諸法 에 나오는 색에 대한 글은 “목생화(木生火)에서 청적간색(靑赤間色)이 되니 정(짙은 보라)이고, 화생토(火生土)가 황적간색(黃赤間色)이 되니 훈(분홍)이며, 토생금(土生金)이 황백간색(황백간색)이 되니 규(硅, 연두)가 되고 금생화(金生水)하여 백흑간색(白黑間色)이 되니 불(쟂빛)이며, 수생목(水生木)하여 청흑간색(靑黑間色)이 되니 암(천청색) 참(민색)이다.”라고 써 있다.
또 밝고 어둡고, 진하고 옅은 정도의 차이에 따라 많은 색을 인식하여 전통의 다양한 색명으로 나타난다. 천연염색에 사용된 전통색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통염색의 기본색은 청, 황, 적, 흑, 백(靑,黃,赤,黑,白)의 오방색이고 색의 농담(濃淡)에 따라 다양한 색이 염색된다. 전통염색의 명칭은 염색의 방법을 알려주는 단서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색에 대한 감각 표현의 일단을 보여주기도 한다.
적색은 방위로는 남방에 속하고 계절로는 여름에 속하는 색으로, 예(禮), 미(美), 화(火)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적색 계열의 색은 다양한 전통색명으로 색을 구분하게 된다. 홍색은 조선시대 왕의 곤룡포(袞龍袍) 문무 관리의 단령(團領), 금관조복(金冠朝服), 동다리, 왕비의 원삼, 스란치마 등에 사용되었다. 홍색은 염색하는 염료인 홍화(紅花), 소목(蘇木) 등의 값이 비쌌기 때문에 여러 번 금제가 내려졌던 색이기도 하다. 세종 때에는 대홍염(大紅染)의 외의(外衣)를 조신들이 입지 못하게 하였고 또 양반 부녀자들의 외의와 서인(庶人), 천인(賤人) 남녀의 내, 외의에도 대홍색을 쓰지 못하게 하였다.
한편 강(絳)색 훈(纁)색,비(緋)색 등 홍색 계열 색명들이 여러 문헌에 나타나고 있는데, 왕의 공복(公服)인 강사포(絳紗袍)나 훈상(纁裳) 등과 같이 염색된 색상이 의복의 이름에 붙어 정착된 경우도 있다. 중국 한(漢)나라 때에 만들어진 석명(釋名)의 내용을 중심으로 적색과 그 간색에 대해 살펴보면 먼저 강색(絳色)에 대해서는 석명(釋名)에서 강색은 정교한 색으로 염색하여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 색을 얻으면 정교하다고 한다.”라고 하였다. 또 설문(說文)에는 수(蒐), 모수(茅蒐), 여로(茹蘆) 등을 염색의 재료로 사용하여 강색을 나타낼 수 있다.”라고 하였는데 모수(茅蒐)는 꼭두서니로서 꼭두서니와 적색을 내는 염료소목을 같이 염색하여 강색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꼭두서니 한가지 만으로는 적색보다는 주황빛이 도는 색을 보여주기에 꼭두서니염색으로 강색을 만들기까지는 많은 수고로움이 들었을 듯하다.
모시삼베 적색.
여름(夏)은 봄에 시작된 생명이 절정을 이루는 절기(節氣)로서 태양에너지의 효율은 최대에 이른다. 즉 열 효율이 가장 높은 시기이며, 남쪽의 뜨거운 기운이 이동하면서 시작된다. 뜨거운 기운은 지속적으로 열을 보존할수 없다. 시간이 경과하면 식게 되며, 온도는 하강한다. 뜨거운 여름날 지하수는 차갑고 시원하다. 외부의 온도는 뜨겁고 열이 난다. 추운 겨울날의 지하수는 이와 반대다. 겨울은 외음내양(外陰內陽) 이요 여름은 외양내음(外陽內陰)이다. 양(陽)과 음(陰)이 함께 공존하는 시기이다.
남쪽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적색의 기운으로 가득 찬 뜨겁고 더운 여름은 심포를 잘 사용하여 내 마음자리와 부처님법 찾아가는 수행 정진에 힘써보는 그런 계절이다. 가장 뜨거운 것은 반대의 세계인 차가운 것과 조화를 이루는 법이다. 삼리화, 리허중(離虛中) 괘상을 보면 가운데는 음이다. 둘로 나뉘어 있다. 활활 타오르는 촛불의 가운데는 비었기에 차갑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함께한 하나의 조화로움이 빛을 밝힌다.
(사) 한국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 이사장
광천 관음사주지
키워드#천연염색 #하지
출처 : 한국불교신문(http://www.kbulgy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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