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스님의 염색이야기】유월의 백색은 해 저문 가을 노을 아래 고독이 묻어나는 색 > 원철스님의 염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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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스님의 염색이야기】유월의 백색은 해 저문 가을 노을 아래 고독이 묻어나는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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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종충남종무원
댓글 0건 조회 279회 작성일 24-07-21 18:39

본문

하얀 이슬 산들바람 가을을 보내주자

발 밖의 물과 하늘 창망한 가을일레

앞산에 잎새 지고 매미소리 멀어져

막대 끌고 나와보니 곳마다 가을일레

이덕무 (李德懋 1741~1793) ‘사계 시(四季詩)’ 중

백로(白露)는 가을 기운이 완연하고 하얀 이슬이 맺히는 시기다. 밤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면서 밤새 풀잎에 하얀 이슬이 맺힌다고 하여 15번째 절기로 백로라 한다. 백로에는 낮에는 기온이 오르나,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0도 정도 날 정도로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라서 건강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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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계령작.

백로에 내린 콩잎의 하얀 이슬을 새벽에 손으로 훑어 먹으면 속병이 낫는다는 말도 있다. 참외는 중복까지 맛있고 수박은 말복까지 맛있다. 처서(處暑)가 지나면 참외와 수박은 먹으면 배가 아프다 하여 잘 먹지 않았다. 지금이야 하우스 재배로 사시사철 절기와는 상관없이 과일이 흔한 세상이지만 예전에는 처서 복숭아, 백로 포도 하듯이 철 따라 과일의 절기가 정해져 있어 과일 맛으로 절기를 느끼곤 했던 것이다. 백로에서 추석까지 시절을 포도순절(葡萄旬節)이라하여 백로절(白露節)이 바로 포도의 계절이다. 주렁주렁 매달려 알알이 달려 있는 포도송이는 다산(多産)을 상징하며 조선백자에 포도 문양의 백자 역시 다산을 염원하고자 내방(內房)에 두는 단지였다. 포도에는 다산을 상징하는 전통적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백로에 비가 오면 오곡이 겉여물고 백과에 단물이 빠진다.” 하여 오곡백과가 여무는 데 지장이 있음을 걱정했다. 경상남도의 섬지방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十里)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하면서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생각한다. 충남에서는 늦게 벼를 심었다면 백로 이전에 이삭이 패어야 그 벼를 먹을 수 있고, 백로가 지나도록 이삭이 패지 않으면 그 나락은 먹을 수 없다고 믿는다. 여름 장마에 의해 그간 자라지 못한 벼나 과일들도 늦더위에 알이 충실해지고 과일은 단맛을 더하게 되는 계절 가을이다. 늦더위로 인해 한가위에는 맛있는 햅쌀과 햇과일을 먹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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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염색.

음력 8월은 유월(酉月)이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보면 “8월은 유(酉)에 해당한다. 유(酉)는 만물이 익어간다는 의미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8월은 가을의 한가운데 위치한 달이라고 하여 중추(仲秋), 달빛이 고울 때라고 하여 가월(佳月), 유월(酉月), 추천(秋天) 또는 장월(壯月)이라 일컬어진다.

8월은 달빛이 곱고 놀기도 좋은 때이다. 계절로는 가을이며 방향은 정서쪽이다. 오행상으로 금(金)이다. 정서(正西)쪽 유금(酉金)의 백색은 봄의 정동쪽 묘목(卯木)의 청색과는 반대되는 색으로 금극목 하는 색으로는 푸른빛이 보이는듯한 파르스름한 빛이 도는 백색이며 금생수 상생하는 색으로는 회색에 가까운 색이다. 봄-가을은 극이요 가을-겨울은 상생이듯이 상생의 색과 상극의 색으로 오방색과 오방정색을 풀어 놓은 것은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간다. 상생의 색이나 상극의 색이나 염색하는 사람들은 그저 복합염색으로 이해하면 쉽다. 한가지 천연염료로 오방정색을 만들어 낸다면 상생과 상극의 원리로 간색(間色)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외의 색은 잡색(雜色)이라고 한다. 서양의 색채학은 삼원색이다. 학교에서는 삼원색에 의해 색채학을 배운다.

우리의 전통색채학은 오방정색에 의해 색을 이야기하며 상생과 상극으로 색을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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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임.

기한다. 색채심리학, 컬러테라피, 오방색 모두가 색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접근 방법이다. 1월·2월은 청색이요, 4월·5월은 적색이고, 7월·8월은 백색이요, 10월·11월은 흑색이다. 3월·6월·9월·12월은 황색으로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의 색이다. 색으로 8월의 이미지를 상상해보면 8월 유(酉)월은 백색으로서 해는 저물어 가고 땅거미가 어스름 내리는 초저녁 오후 5시30분에서 7시30분 사이니, 가을날 노을이 물들어가는 광경과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사색에 잠긴 듯 고독함이 묻어난다. 심리학적으로 황혼기에 접어든 장년의 모습이 연상된다.

8월은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과일도 결실을 보는 시절이니 언제든지 따서 먹을 수 있는 상태로서 수확의 계절이다. 8월은 유(酉)월이니, 닭의 특징을 잘 살펴보면 백색의 심리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닭은 콩팥이 없다. 발가락은 4개이다. 짝수는 음이다. 발가락이 4개라서 음인 것이다. 닭은 가만히 보면 모이를 먹을 때 부리로 쪼아 먹으니 주변을 파헤쳐가며 콕콕 찍어 먹는다. 노여움에 서슬푸르게 추상같은 목소리로 꼬끼요 소리만 들어도 등골이 싸하는 두려움의 표현이 바로 백색의 이미지 8월 유금(酉金)의 이미지다. 성정(性情)이 냉철하고 맺고 끊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 물러섬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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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종작.

차가워 보인다, 순수해 보인다 등등 하얀색의 이미지를 이곳저곳 대입해보는 즐거움이 바로 염색하면서 배우는 우리의 전통 색채심리학에 있다. 천연염색을 하다 하얀 원단을 보면 참을 수 없는 충동이 생긴다. 무슨 색이든 물들여야 하는 충동이다. 생각 없이 이리저리 물들이다 보면 원하지 않는 색으로 물들 때도 있고, 의도치 않은 색으로 생각하지도 못한 멋진 색을 만날 때도 있다. 손에는 쪽물 들어 파랗게 손톱이 물들고 이리저리 염색 얼룩 아닌 얼룩으로 물들어 있다. 염색하는 시간이 오래 지나면 어느 순간에 물들이지 않은 하얀색이 좋아 보일 때가 있다. 백색은 깨끗함의 이미지와 더불어 소박하면서도 도도한 느낌의 미인같기도 하다. 화장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조선백자의 화려하지 않으면서 기품있는 멋스러움과도 닮았다.

괘상으로는 사음(四陰) 이양(二陽)으로 주역의 20번째 풍지관(風地觀)괘이며 색은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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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으로.

백으로 청명, 청아함을 표현하고, 청결함을 뜻한다. 풍지관에서 관(觀)은 관음(觀音)이라고도 한다. 인간 세상의 모든 소리를 관한다는 뜻으로, 그것의 화신이 바로 관세음보살이다.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은 서방정토(西方淨土) 아미타불의 왼편에서 세상의 소리를 들어 준다. 고통 받는 중생이 열심히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님을 염불하면 가피를 받게 된다.

법화경(法華經)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에서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이렇게 묻는다.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이렇게 물었다. “부처님, 관세음보살은 이 사바세계에서 어떻게 노닙니까? 어떻게 중생에게 설법합니까? 중생들에게 어떤 방편으로 대하십니까?”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어떤 인연으로 이름을 관세음이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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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만약 무량백천만억 중생들이 여러 가지 고뇌를 당할 때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듣고 일심으로 그 명호를 일컬으면 관세음보살이 곧 그 음성을 관(觀)하고 모두 고뇌에서 해탈(解脫)케 하느니라.”

무덥고 지루했던 여름도 지나고 가을바람 속에 물들어가는 산사의 숲에는 자연이 주는 싱그러운 생명력이 넘친다. 그 생명력은 지치고 피로한 우리의 몸과 마음에 재충전의 에너지를 듬뿍 불어 넣어 주고 있다. 이 가을날에 산사의 고즈넉한 산길을 걸어가며 관세음보살님을 떠올리고 호명하며 명상의 시간을 가져 본다.

(사) 한국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 이사장

광천 관음사주지

출처 : 한국불교신문(http://www.kbulgy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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