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스님의 염색이야기】하얀 옷에 풀물 들면 염료 염색, 옷에 묻은 흙은 안료 염색 > 원철스님의 염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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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스님의 염색이야기】하얀 옷에 풀물 들면 염료 염색, 옷에 묻은 흙은 안료 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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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종충남종무원
댓글 0건 조회 289회 작성일 24-08-2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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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계령작. 


첫눈 내린다는 스무 번째 절기

소설에 부는 바람은 ‘손돌바람’

북(北)방은 수(水), 검은색, 짠맛

‘수’는 자유자재 반야지혜 상징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는 이날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소설(小雪)이다. 옛 어르신들 말씀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되기 때문에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고 했다. 또 얇은 옷에서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하니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고도 했다. 소설이 지나면 날씨가 급강하하면서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겨울에 든 것은 아니고 아직 따뜻한 햇살이 비치므로 소춘(小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때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첫 추위가 온다.

겨울은 해(亥)월, 자(子)월, 축(丑)월, 즉 음력 10월 11월 12월로 구성된다. 해(亥)월, 자(子)월, 즉 음력 10월, 11월은 겨울을 상징하는 수(水)의 기운이며 색으로는 흑색, 방위로는 북방(北方)이다. 축은 겨울과 다음 해 봄을 연결해주는 토(土)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환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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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옥작.

 

만물은 가을의 유월(酉月)에 열매를 맺고 술월(戌月)에 수확을 한다. 하지만 술월(음력 9월)의 곡식은 아직 완전한 씨앗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해월(음력 10월)이 되어야 덜 여문 씨앗도 단단하고 알차게 응축되어 다음 달 자월(음력 11월)에 완전한 씨앗으로 응집된다. 가을이 숙살지기로 ‘수렴’하는 계절이었다면, 겨울은 단단하고 정밀하게 응축하는 계절이다.

씨앗처럼 단단한 껍질로 응축되어 있는 것은 가장 작은 형태의 음(陰)으로 꽉 차 있지만 서서히 양(陽)으로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봄을 기다리기에 긴 겨울 동안 준비 해두어야 할 일들도 많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추위를 빌며 월동준비를 했다면 어업을 하는 바닷가 사람들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지 않았다. 소설에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이라고 부르는데 손돌바람은 강하고 매서운 바람을 뜻한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자. 고려에 몽골이 침략했을 무렵 고려 23대 왕 고종이 강화도로 피신 중 손돌의 배를 타게 되었다. 하지만 손돌과 함께 도착한 곳은 바위로 막혀 있어 더는 나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급한 마음에 판단이 흐려진 고종은 손돌을 죽음으로 몰았고, 때에 맞춰 불어온 센 바람​을 손돌의 한으로 생각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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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말의 목을 베어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소설 즈음에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손돌바람으로 부른다.

겨울은 해자축(亥子丑 ) 북방이다. 검은색(흑색)이다. 흑색은 모든 색을 받아들인 색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모든 성장 과정을 끝내고 씨앗으로 남아 다음 봄을 기다리는 휴식기이다. 컴컴한 어두운 밤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아닌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북방의 검은색은 봄의 청색, 여름의 적색, 환절기의 황색, 가을의 백색을 모두 합친 색이다. 겨울의 문턱에선 서북(西北) 간색, 겨울로 진입한 정북(正北) 검은 정색, 겨울의 마지막에서 봄으로 가기 전의 북동(北東) 간색으로 표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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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

 

열매를 이용하여 검은 색을 만든다면 봄의 청색인 쪽으로 염색한 후, 여름 적색을 더하고, 가을 도토리 열매로 염색 후, 철매염을 하여 검정색을 만든다. 한 번에 검정색을 만들 경우 하나의 염재로 염색 후 철매염을 하게 되는데 이때 나오는 색상은 봄, 여름, 가을의 색을 더해 염색한 검은 색보다는 선명한 색으로 발현되지 않는다. 그러면 먹으로 염색하면 되지 않을까? 이때 먹은 염료가 아니고 안료로 분류되어 염색법이 달라진다. 안료 염색과 염료 염색의 차이는 물드는 것과 원단에 붙어 있는 차이로 보면 되겠다. 원단에 물드는 것은 풀밭에 앉았다 일어나면 하얀 옷에 풀물이 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때는 염료로서 물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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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염색.

흙탕물이 튀거나 넘어져서 일어나면 흙 묻었다고 털어 내라고 한다. 이때는 흙이 물든 게 아니라 흙이 붙은 거다. 그래서 황토 염색은 안료 염색법이다. 물든 게 아니고 붙은 것을 말한다.

검은색, 어두움, 북방, 노년, 겨울과 마주하는 것은 적색, 밝음, 남방, 청년, 여름이다. 겨울의 검은색은 ‘손이 시려워 꽁꽁~~~’ 하고 있듯 운동성이 없다. 이에 비해 ‘여름은~~~ 젊음의 계절’이라는 노랫말처럼 적색은 어디론가 가야만 하고 나가야 한다. 운동성이다. 겨울의 검정색은 정지되어 있다. 차분하다. 모든 것을 감추어 준다. 생각이 많아진다. 어둠 속에 잠긴 편안한 휴식이다.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신체적으로는 신장, 방광을 가리킨다. 맛으로 표현하면 짠맛이다. 신장 기운이 약해지면 소변의 배설기능이 약해지는데 이때 좋은 음식이 검은색의 수의 기운인 흑미, 다시마, 미역, 검정콩 등 검은 색의 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 미역은 바닷물에서 자란 풀로 짠맛과 검정색이니 붓기를 내려주는데 이처럼 좋은 것이 없다. 신장은 짠맛을 주관하기에 체내의 염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산모가 아이를 낳고 미역국을 먹는 것도 아기 출산 후 붓는 증상을 풀어 주기 위함이다. 미역국을 끓여 먹으면 노폐물을 배출하는 신장과 방광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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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염색.

고구려 고분 무용총(舞踊塚)의 벽과 천장에 그려진 그림에는 동서남북의 방향에 따라 동은 청룡(靑龍) 또는 창룡(蒼龍), 서는 백호(白虎), 남은 주작(朱雀), 북은 현무 등 사신(四神)이 그려져 있다. 남주작 북현무라 하는데 현무는 사신의 하나로 북쪽을 관장하는 신령이다. 북방(北方)은 수(水)이다. 검은색이다. 물이다. 물은 지혜다.

천수경의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五方內外安慰諸神眞言)은 나무사만다 못다남 옴 도로도로지미 사바하(3번)이다. 동서남북 사방을 깨끗이 한다는 <사방찬>, 즉 일쇄동방결도량 이쇄남방득청량 삼쇄서방구정토 사쇄북방영안강(一灑東方潔道場 二灑南方得淸凉 三灑西方俱淨土 四灑北方永安康)에서 말하듯 마지막 방향은 북쪽이다. 사쇄북방영안강(四灑北方永安康)은 북쪽에 물을 뿌려 편안함을 얻는다는 것으로, 북방은 겨울이며 인생으로는 말년이며 죽음이며 완성이다. 일체의 번뇌 망상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다. 북방은 물이다. 검은색이다. 물은 지혜다. 물은 항상 머무름이 없이 흐르므로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고 자유자재하며 반야지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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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작.

불교는 남방불교 북방불교를 말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북방불교란 불교의 한 종파로서 ‘승(乘)’은, 사람을 이끌어 이상(理想)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불교의 가르침을 물건을 싣고 운반하는 수레에 비유한 것이며, ‘대승’이란 모든 사람을 이상의 경지에 싣고 가는 큰 내용과 이치 및 실천과 결과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승불교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보살도(菩薩道)를 실천할 것을 강조하며 성불(成佛)과 불국정토(佛國淨土) 건설을 궁극의 목표로 삼는다. 지역적으로는 중국·티베트·한국·일본 등의 북방불교가 대승불교에 속한다. 북방불교는 대승불교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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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향.

 

자리이타(自利利他)는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면 나도 좋다는 자리이타의 정신이 불교의 정신이다. 모든 만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겨울을 날 준비를 해 보자.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 계획을 세워 보는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가져 보자.

(사)한국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 이사장

광천 관음사 주지

출처 : 한국불교신문(http://www.kbulgy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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