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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스님의 염색이야기】만물에 활력 불어넣는 청색의 기운 뿜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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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종충남종무원
댓글 0건 조회 1,065회 작성일 24-04-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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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괴불노리개, 누에고치쪽염색, 모시쪽염색, 오방색, 생쪽얼음염색, 복합염. 

 

천연염색은 자연의 순리대로 좋은 물들임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자풀이로 보면 하늘천(天) 그러할연(然) 물들일염(染)으로 천연염색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연에 이롭고 사람에게도 좋은 물들임을 하는 일이다. 물들임이 색을 만들어 내는 일이지만, 무조건 물들이는 과정만은 아니다.

물들이는 시간, 그 속에 몰입 하다 보면 어느새 염색 삼매에 빠져든다. 사찰이 주는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 그 안에서 부처님을 만나 불도의 시간이 있다면 손으로 주무르고 치대고 나면 고운 색으로 올라오는 그 순간의 희열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행복한 시간이다.

춘분을 앞두고 봄을 시샘하듯 꽃샘추위를 보인 뉴스에서 산수유 꽃 위로 눈이 내리는 화면을 본 적이 있다. 24절기 중 하나인 춘분은 봄의 절기로서 동쪽이며 색으로는 청색이다. 정색인 청은 오직 쪽으로만 낼 수 있는 색이란 점에서 그 특징이 있다.

복식유물을 통해 보게 되는 청색으로는 화계사 지장보살상 불복장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1649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계사 지장보살상 불복장물에서 쪽물을 들인 명주가 나왔는데 이 명주가 청색으로 물들인 작품이다.

화려한 색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불화의 법신의 자리라 하는 바탕에는 정해진 색이 있다. 감색(紺色)이 그것이다. 감색은 쪽으로 짙게 물들인 색을 말한다, 람염(藍染) 감색(紺色)은 검은빛을 띤 남색을 말하며 대표적 전통색 가운데 하나이다. 간혹 일본식 발음으로 곤색으로 잘못 불리기도 한다. 감색과 남색은 색을 표현 할 때 차이가 난다. 감색은 어두운 현색(玄色)에 가까운 남색을 지칭한다. 쪽의 염색 정도에 따라 벽색, 천청색, 남색, 감색, 현색 순으로 변하는 것이다. 감색(紺色)은 청색 중 가장 으뜸의 색으로 불화의 법신의 바탕색이다.

또한 불화의 바탕에 사용되는 색으로 ‘자색’[자지은니紫紙銀泥 자초로 물들인 종이]이 있다. 자색의 바탕은 은색 글씨로 이루어지며 감색에는 금색글씨가 바탕을 이룬다. [감지금니紺紙金泥 쪽으로 물들인 종이] 백지에 금이나 은으로 쓴 백지금니(白紙金泥) 또는 백지은니(白紙銀泥)도 있다.

여하튼 불화에서 사용되어지는 바탕색은 감색과 자색을 쓰는 게 특징이다.

고려 불화에 사용되는 안료는 주로 적색은 주사, 녹색은 석록, 청색은 석청을 이용한 삼색이 고려 불화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고려불화는 위대한 작품이다. 고려불화의 채색법이 천연염색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색과 색을 섞어서 색칠하는 것이 아닌 색을 칠하고 다시 그 위에 색을 칠하는 기법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색깔 속에서 단순하고 맑고 깨끗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고려불화는 그래서 수준이 뛰어나다.

천연염색은 색을 깊고 맑게 하기 위해서 한 번의 염색으로 끝나지 않는다. 불화에서처럼 색을 섞지 않고 색을 더해가듯이 반복적인 염색을 하게 된다. 상생의 색과 상극의 색을 만들어 가면서 염색을 하는 것이다.

염색은 그러므로 음양오행의 이치와도 닿아 있다. 음양오행에서 상생과 상극의 이치는 다양한 물상(物像) 으로 나타난다. 해가 뜨는 동쪽은 청색(靑色)으로 시작의 뜻을 담고 있다. 해가 지는 서쪽은 백색(白色)으로 백색은 마무리의 뜻을 안고 있다. 서쪽과 동쪽의 색을 상극의 색으로 보고, 해가 밝게 떠 있는 한낮의 남쪽은 적색(赤色)으로 이는 열정이다. 어두운 한밤중 북쪽은 흑색(黑色)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미를 품고 있다. 북과 남쪽의 색은 상극의 색이다.

청색을 상징하는 나무는 황색을 상징하는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하므로 나무는 땅을 극하고, 적색(赤色)의 불은 백색(白色)의 금을 극한다.

상극의 색이 있다면 상생의 색도 있다.

청색(靑色) 나무는 적색(赤色) 태양을 바라보고, 적색(赤色)태양은 황색(黃色) 땅을 바라본다. 황색(黃色) 땅은 백색(白色) 금을 생하고, 백색(白色) 금은 흑색(黑色) 수를 생한다.

상생과 상극의 색으로 염색을 하는 것은 염재가 가지고 있는 물성을 잘 알아야 상생이 되는지 상극이 되는지 이해 할 수 있다. 염색 단어 중에 매염제(媒染劑, mordant) 라는 말이 있다. 매염은 중매 매(媒)자와 물들일 염(染)자의 결합이다. 즉, 염색할 때 매개물을 이야기 하는데 중매 하는 이가 있어 혼사를 잘 성사 시켜주듯이 염색도 중매 역할을 하는 매염제가

있어야 염색을 잘 결합 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색을 지칭하는 언어로 색채어(色彩語, color term) 또는 색명(色名, color name)이 있는데 이는 모두 특정한 색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그렇다면 우리 문화의 하나인 음양오행설에 의한 색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색을 상징하는 도상(圖像)들은 우리생활 주변에 많이 잠재되어있다. 청년을 이야기 하는 청색, 젊은 청춘이 사랑의 감정이 싹틀 때 핑크빛으로 묘사되고 가을 서릿발을 말할 땐 백색이 상징성을 갖는다. 또한 칠흑 같은 어둠의 흑색은 과정을 극복하는 뜻까지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색들의 상징성은 생활전반에 적용된다.

절기상으로 춘분은 바로 봄이며 색으로는 청색이다. 춘분은 봄의 어느 날을 반으로 나눈다는 것으로 절기는 태양의 위치를 15˚ 간격으로 나누어 정하며 태양이 0˚의 위치에 있을 때가 바로 춘분이다. 태양이 90˚에 있으면 하지, 180˚ 일 때는 추분, 270˚일 때에는 동지가 된다. 낮과 밤의 길이, 추위와 더위의 정도가 거의 비슷하다는 의미로 날씨와 구름의 색을 보며 그 해 농사를 점치기도 하였다. 춘분에 아침 해가 뜰 때 정동(正東)쪽에 청색 구름이 있으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하는 것이 그 예다.

춘분의 색은 청색인데 청색은 동쪽이며 시작을 의미한다. 하루 일과로 아침에 해당하고 계절로는 봄이다. 심리적으로 시작하는 단계인데 시작은 커다란 꿈을 가지게 되고 에너지가 넘친다. 봄이 왔으니 온 몸이 활기에 들뜬다. 즉 청색은 활기 넘치는 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무 것도 섞지 않은 쪽으로 만들어 내는 청색은 그대로 순수하다.

천연염색은 색을 만나는 기쁨이면서 색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색이 품고 있는 다양한 색깔들에서 삶의 색을 물들여 가는 것도 수행의 한 방편이다.

만물에 활력이 넘치는 봄을 맞아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도전해 보는 일은 어떨까.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피어오르는 새 계절에서 부처님이 현현하시는 색인 청색의 기운을 받아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모두 퇴치하고 건강한 삶을 열어가길 발원한다.

-사단법인 한국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 이사장 ㆍ 광천 관음사 주지


출처 : 한국불교신문(http://www.kbulgy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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