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스님의 염색이야기】희망 메시지 담은 녹색은 계절의 평화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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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차례대로 곤룡포1과 2, 까치두루마기, 녹차염색, 명주물들임, 색색으로 물들임, 무지개염색, 무지개염색 스카프.
농가에서 일 년 동안 할 일을 읊어 놓은 글인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일부 내용이다. 절기(節氣)로는 청명(晴明) 음력 3월 진월(辰月) 용(龍)의 달이다. 진월은 봄의 끝을 준비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이상과 꿈이 높고 활기차고 의욕이 넘치는 달이다. 청색과 황색의 힘을 받은 녹색 진월의 색은 황색이니 봄의 청색과 진월 황색이 만나 만들어 내는 색이 녹색이다.
청명의 녹색은 밝은 녹색으로 거위가 알을 깐 듯한 색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나무가 물오르기 시작하고 잎이 연두빛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색이다. 영어 녹색(green)을 자란다(grow)로 상징적 의미로 부르기도 하듯이 서서히 초록의 잎들이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계절 평화를 상징하는 색이다.
녹색은 희망의 색이기에 새싹이 나오는 모습의 색을 보고 두록색(豆綠色)이라고도 한다. 염색을 할 때 녹색의 다양한 색들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물성을 잘 이해하고 염색해야 한다. 녹색의 밝은 기운을 주기 위해서 진월(辰月) 토(土)의 기운 황색을 좀 더 많이 주어야 밝고 아름다운 녹색을 만들 수 있다. 봄의 기운 청색을 먼저 염색하고 진월 토의 황색을 염색한다.
진월(辰月) 토(土)의 기운이 활동하는 시기이니 봄의 기운 목(木)의 청색은 땅의 기운 황색에 의지하여 많은 활동을 해야 하기에 청색은 황색에 뿌리내려 색을 내어주는 황색에 의지한다. 녹색은 황색 땅의 색으로 청색을 감싸 안은 그런 색이다. 쪽물을 연하게 들인 후에 괴화, 황백, 황련 등으로 염재를 선택하여 염색한다. 황련은 땅에 뿌리내린 것을 채취하여 색을 만드니 가장 강한 토의 기운 황색을 제일 많이 품고 있어 그 빛이 아름답다. 쪽의 농도에 따라 색의 농담이 달라진다. 진월(辰月) 토(土)는 황색이라 청색은 조금만 보태주는 것이 좋겠다. 오행 배합 원리로 색을 추정하면서 염색을 하는데 녹색을 지칭하는 전통 색명은 다양한 이름으로 표현된다. 초록, 유록, 두록, 진초록, 비취, 연남, 등등 많은 색명이 있다. 반드시 청색과 황색이 만나서 만들어 내는 색인 것이다.
쪽복합 염색물.
봄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청명(晴明) 용(龍)의 기운이 활기찬 녹색의 계절이다. 황제의 색인 황색, 중앙의 색 노랑색은 견제의 색이며 모든 색을 아우르는 색인 것이다. 진·술·축·미·월(辰戌丑未月) 역시 토월 황색이기에 봄·여름·가을·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잘 이어가도록 연결해 주는 군주(君主)의 색이다. 계절로는 환절기라고 하는 변화무쌍한 계절이다.
청명(晴明) 진월(辰月)은 오행사상과 관련해서 진(辰)은 용(龍)을 상징한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우리 민족의 영물로 하늘과 바다를 관장하며 인간을 수호하는 힘을 가진 벽사동물이다. 용의 색은 오방색으로도 불려진다. 청룡·적룡·황룡·백룡·흑룡이다. 풍수에서 주산의 왼쪽에 있다는 좌청룡(左靑龍)은 사방팔방 중에 동남쪽 방향으로 진손방(辰巽方) 인데 시간으로는 7시에서 9시이다. 장남을 상징한다고도 하는 진방辰方 황색은 중앙(中央) 토(土)이다 황제의 색이다. 견제의 색이다. 오행사상에서 색을 이야기하자면 그 색 속에 담고 있는 상징성은 차고도 넘친다.
용은 왕권의 핵심인 임금을 상징하여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顏), 덕(德)을 용덕(龍德), 지위를 용위(龍位), 의복을 용포(龍袍) 임금의 앉는 의자를 용상(龍床)이라 하였다. 절대권력자인 임금을 용으로 비유하는 것은 용에게는 인간과 국가를 보호하고 바다의 풍랑과 비를 다스리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용과 관련된 전설을 그림이나 조각 문양 등을 통하여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용은 귀가 없어도 청각이 발달하여 만 리 밖의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문양에 사용되었던 용은 발톱의 개수를 달리하여 칠조룡은 황제의 상징이라 하여 사용치 않았으며, 임금이 사용한, 다섯 개의 발톱을 그린 오조룡은 오족(五足), 오조(五爪)로 표현되었다. 이렇듯이 용은 최고의 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불교에서의 용龍은 불법(佛法: 부처의 가르침, 진리)을 수호하는 신장들인 천왕팔부신중(天王八部神衆)의 하나이다. 이 용신들은 부처님과 불법을 수호하고, 어려움에 처한 중생을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태고종 총본산인 봉원사 미륵전 법당에는 석가모니부처님 입멸 후 56억 7천만 년일 때 도솔천에서 다시 이 땅에 하생하여 화림원의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하여 미륵불이 된 후 중생들을 교화한다는 미륵보살 입상이 있다. 미륵보살이 용화수 아래에서 명상을 하고 있을 때 그 꽃가지가 마치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하여 용화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를 계기로 미륵전을 다른 이름으로는 용화전(龍華殿)이라고도 한다.
선암사는 천년 고찰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조계산의 빼어난 절경과 잘 어우러지는 명찰이다. 승주 선암사의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아치형의 돌다리를 만나게 된다. 돌다리 이름은 승선교(昇仙橋)이다. 승선교는 조선 숙종 39년(1713)에 세워졌는데 승선교 밑에는 용머리 조형물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빼어난 조각 솜씨로 조성된 이 용머리는 계곡의 물을 따라 사찰 경내로 들어올지 모르는 나쁜 기운들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는 것은 속세를 건너 불계(佛界)로 들어옴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고통의 세계에서 이 다리를 건너 부처의 세계로 가는 모든 중생들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용에 관한 일화는 여기저기 많이 남아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용의 머리에 척목(尺木)이라는 것이 있어 이것을 잃어버리면 하늘에 올라갈 수 없다고 한다. 춘분에는 하늘로 올라가고 추분에는 연못에 잠긴다고 하며 용은 제비고기를 좋아하며 무쇠 지네 오색실을 싫어한다고 전해져 있다.
260년 전 조선유생 이철환의 시각으로 본 내포 가야산 유람기 『상산삼매(象山三昧)』에 보면, 내포 보원사(지금의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절 밭 주변에 항아리처럼 쪼아놓은 돌이 흙 속에 반쯤 묻혀 있는데 절 뒤 왼쪽 산기슭이 절을 등지고 달아나는 형국이기 때문에 척목(尺木)의 형상을 세워서 달아나는 용이 머물면서 절을 돌아보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진월 속에 담긴 색 과 용, 갑진 월, 청룡의 월, 청명절기에 색으로 풀어보는 용의 이야기 등에서 알 수 있듯 청색(木)이 황색(土)을 목극토 해서 나오는 색인 녹색은 희망의 색이다. 색의 조화는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이다.
-(사)한국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 이사장 ㆍ 광천 관음사 주지
출처 : 한국불교신문(http://www.kbulgy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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