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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스님의 염색이야기】황색은 균형의 색 … 계절로 보면 환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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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종충남종무원
댓글 0건 조회 1,146회 작성일 24-05-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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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으로 가기 전의 곡우(穀雨),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는 곡우다. 곡우 무렵은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는 시기로 곡우물을 먹으러 가는 풍습도 있다. 곡우물은 자작나무나 박달나무 수액(樹液)으로 곡우 무렵, 자작나무 껍질에 칼로 홈을 내어 채취하는 물이다. 밑동에 상처를 내거나 가지를 늘어뜨리고 끝을 잘라 병 속에 꽂아 두면 하룻밤 사이에 병 가득히 물이 고인다. 이 물은 위장병에 좋다고 하며, 약재이기도 하고 염색재료이기도 하다. 

봄의 완성을 시작하는 청색(靑色), 봄이 가면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가는 분기점에 변화가 많은 토(土)의 황색(黃色)이 초록색(草綠色)으로 봄의 완성을 마무리한다. 계절의 분기점에 토(土)의 황색이 나타나는데 중앙의 색이요 견제의 색이라서 계절의 분기점에 조심 하지 않으면 안 되듯이 바로 청색에서 여름의 적색으로 갈 수 없기에 균형의 색인 황색이 여름으로 잘 가라고 오방간색인 초록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초록의 잎이 무성해질 때면 스스로 광합성작용을 하면서 잘 자라서 열매 맺을 준비를 할 때 다시 중앙의 색인 토의 황색이 발현된다. 계절마다 품고 있는 색이 다르듯이 발현되는 황색 역시 또 다른 색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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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함께 천연염색을 둘러보고 있다.

 

하루의 일과 중 아침은 청색이요, 점심은 적색이요, 저녁은 백색이요, 캄캄한 밤은 흑색으로 표현한다. 황색을 하루 일과에 비유해보자. 시작하는 동쪽 방향 색인 청색을 마무리하는 황색이다. 활동하는 남쪽 방향의 색인 적색을 마무리하는 황색이다. 하루를 정리하는 서쪽 방향 색인 백색을 마무리하는 황색이다. 하루를 마치며 내일을 준비하는 북쪽 방향의 색인 흑색을 마무리하는 황색이다. 이렇듯 중앙에서 견제하는 황색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에 비추어 하루를, 또는 일년을 색으로 풀어보는 것도 천연염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계절로 보면 황색은 환절기에 해당한다. 황색 역시 색을 만들 때 너무 많아도 모자라도 안되는, 모든 색을 받쳐주고 받아들이고 아우르는 색이다. 황색은 상생과 상극이 멋지게 어우러질 때 최상의 색감을 드러낸다.

대장경 경판 일부도 자작나무
예전엔 껍질에 불을 붙여 사용
‘결혼식 화촉’이 자작나무 껍질
‘신라 천마도’도 껍질에 그린 것
현대식 염색법은 건강에 안좋아
천연염색은 모두를 위한 염색법

『궁궐의 우리 나무』 책에 나오는 「자작나무 이야기」에 보면 자작나무는 하얗고 윤이 나는 나무껍질로 종이처럼 얇게 벗겨진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의 일부도 자작나무로 알려져 있다. 예전엔 이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사용했다.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화촉(華燭)을 밝힌다고 하는데, 그 화촉이 자작나무 껍질이다. 또, 자작나무 껍질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도 썼다. 신라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것이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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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과의 복합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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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임과 물들임 풍경.

 

음양오행상 오방간색인 청록색은 청색과 녹색의 중간색으로서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당하관(堂下官) 정복의 복색으로 정해진 색이다. 청색과 황색의 오방간색 이라고 하는 초록색은 『세종실록』에서는 지방관료의 공복 색으로 청색이 매우 비싼 염료이니 청색을 적게 쓰는 초록색(草綠色)을 새로운 공복색으로 권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영조는 옅은 담색이나 백색옷을 금지하고 당하관에게 청록색 옷을 입게 했다. 녹색으로 물들이는 염료나 직접 녹색이 나오는 식물성 천연염료는 없다. 고려불화에서는 염료가 아닌 안료로서 석록으로 청록색을 만들었다. 고려시대 아미타여래도(阿彌陀如來圖)를 보면 고려불화 전형의 주(朱), 청록(靑綠), 군청(群靑)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대의에는 운봉문, 가사에는 연화원문과 모란당초문 등을 사용하였다. 천연염색에서의 청록색(靑綠, Blue Green), 초록색(草綠,bluish Green)은 염료로 염색 시 청색이 진하게 염색되고 황색은 연하게 색을 입혀주는 염색법이지만 고려불화에서의 녹색은 안료를 사용한 것이며 석록을 사용하여 초록의 색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자작나무 이야기가 나왔으니 초록의 색을 물들여 보자. 모든 식물은 기본적으로 황색과 외부방어보호 물질인 탄닌산을 가지고 있다. 식물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 물질을 만들어 사용하는데 식물 종에 따라 고유한 특성인 냄새 · 쓴맛 · 떫은맛 · 신맛 등이 있다.

천연염색으로 색을 만들 때 초목(草木)이 가지고 있는 탄닌은 염색 시 견뢰도를 상승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자작나무는 채취하는 것도 쉽지 않고 만나기도 쉽지 않다. 자작나무가 아니어도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밤나무, 도토리, 상수리나무, 오리나무 등등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나 꽃이 떨어질 때 주워 염재로 사용하면 된다. 초록색을 만들려면 청색인 쪽물을 진하게 물들인 뒤 명반 매염하고 자작나무 꽃물을 달인 물로 염색을 하면 초록이 예쁘게 올라온다.

초록은 염색재료를 만드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청색을 먼저 진하게 물들인 다음에 황색소를 복합 염색하여야만 만들 수 있는 초록 쪽염색으로 청색을 만들어 내는 작업은 쉽게 할 수 있는 염색법은 아니다. 오랜 시간 염색을 해온 사람들조차도 쉽지 않은 염색이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 가능한 염색법이다. 현대식이라 하여 탄산칼륨, 하이드로설파이드를 사용해 화학적인 환원법으로 청색을 만들기도 하지만 내 몸에 좋고 자연에도 해가 되지 않는 천연염색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하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가 아닌 자연스러운 자연염색 즉 천연염색을 하자는 것이다. 먹어도 되는 초목을 태운 재와 누룩과 엿기름 물엿 막걸리 등을 사용하여 염액에 닿아도 전혀 해가 되지 않는 그런 쪽 염색을 말하는 것이다. 화학식으로 현대식 쪽염색을 하면 제대로 염색 마무리를 하지 않은 경우나 쪽염색 원단을 자주 만지는 사람의 경우 잔기침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미세한 가루날림과 고약한 냄새는 굉장히 건강에 안좋은 것은 사실이다. 화학적 해로움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안일한 생각들이 걱정되기도 한다. 천연염색이라 하지만 내 몸에 좋지 않은 염색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나와 내 가족 모두를 위한 염색이라면 건강한 천연염색을 하여야 할 것이다.

자작나무의 꽃 색소가 가진 황색은 탄닌을 함유하고 있어 색상 염착력도 높다. 주변에서 쉽게 구하는 양파껍질의 황색도, 치자의 황색도, 풀·나무·초목의 황색도 모두 사용 가능한 초록의 복합염색재료들이다. 초록을 물들이는 방법도 다양하고 많지만 계절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염재들로 염색하는 즐거움도 좋다. 제철음식, 제철 밥상의 맛도 바로 이런 거 아닐까 싶다.

산길이 너무 아름다운 천년고찰 선암사, 지금쯤 그 길을 걸어가면 초록초록한 초록의 물결들을 만날 수 있다. 왼쪽으로는 계곡물이 맑게 흘러 물소리를 들으며 산사로 갈 수 있는 정겨운 길이다. 파란 하늘, 초록의 산능선, 초록빛 나뭇잎,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 살랑살랑 불어오는 산바람이 우리를 부른다.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고요의 선암사 숲길로 초록여행을 떠나보자.


- (사)한국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 이사장 ㆍ 광천 관음사 주지  세종충남종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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